안녕하세요, 여러분. 정한새입니다.

먼저, 칼럼 재개가 한 주 미뤄진 점 사과드립니다. 원래 다른 원고를 준비해둔 상태였으나, 피우다 설문조사에 백여 개에 가까운 답변이 올라오면서 그 얘기들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답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피우다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면서 홍보 및 소통 채널이 줄어들어 대응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블로그를 처음 준비하면서 제 글을 몇 분이나 읽을까, 불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블로그 방문자 통계를 확인한 것은 몇 달 되지 않았어요. 마찬가지로 설문조사를 준비할 때도 이렇게 많은 분이 참여해주시고, 또 정성스러운 답변을 달아주실 거라 생각지 못해 감동적이고 감사했습니다(참고로 피우다에서 답변을 공유할 때 연령 외의 개인정보는 전부 지우고 보내주셨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먼저, 첫 질문이었던 ‘피우다 블로그 글을 읽어보셨다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에피소드와 이유는 무엇인가요?’에 여러 이야기를 언급해주셔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아마, 네이버의 피우다 블로그 글을 읽고 답변하신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했던 건 피우다 자체 블로그(지금 이 글이 올라와 있는 블로그죠)를 의도한 거였는데, 이를 통해 네이버 블로그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글도 잘 정리해서 이쪽으로 옮기려고 해요.

여러 에피소드를 꼽아주셔서 막상막하이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분이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한 이야기는 바로 ‘핀돔이여, 흥하라!’입니다. 최근 들어 핀돔에 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러 답변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핀돔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핀돔을 바로 구매했다는 답변까지 있어 아주 뿌듯했습니다(이브 관계자분, 혹시 보고 계신가요?).

그다음으로는 ‘있지도 않았던 처녀막이 어떻게 사라지냐’, ‘월경컵과 나의 거리, 아마도 2미터’, ‘에코 프렌들리 반려가전’이 뒤를 이었습니다. ‘처녀막’ 이야기는 제가 가지고 있던 성차별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에 대해, 그리고 ‘월경컵’ 에피소드는 월경컵을 사용하기 전, 혹은 저처럼 아직 사용하지 못한 분들의 공감대를 끌어낸 것 같습니다. ‘에코 프렌들리 반려가전’ 역시 환경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반응을 보여 주셨어요. 제가 생각하고, 또 의식하며 썼던 부분을 헤아려 읽어주는 분들이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외에도 ‘코어는 언제나 중요해!’, ‘반려가전 고를 때는 이것을!’, ‘안녕, 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고 해’, ‘봄날의 피임약을 드셔보셨나요?’가 뒤를 이었습니다. 블로그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건강한 섹슈얼 라이프’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계신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두 번째 질문이었던 ‘황당한 또는 기억에 남는 성교육’ 문항의 답변을 읽을 때는 정말 아연실색하고 말았습니다. 많은 분이 ‘남성이 성적 욕망의 주체다’라는 논조의 교육을 받았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자연스레 피임이나 임신과 같은 여성에게 중요한 주제는 배제되고 동시에 성범죄의 책임은 또 여성에게 묻는 교육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여전히 여러 곳에서 낙태 영상이 성교육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많은 분이 보셨을 해당 영상은 조작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시에 ‘기억에 남는 성교육이 없다’는 답변도 많았습니다. 아마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지 않아서이겠지요.

그리고 나머지 질문들은 자위, 섹스, 성생활용품, 그리고 성 경험 시 고민과 인상 깊었던 성 경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이 다섯 가지 질문을 뭉뚱그려 언급하는 이유는, 여러분 모두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언급해주셔서입니다. 정말이지 ‘열 개의 몸, 열 개의 오르가즘’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유형을 나누거나 정리해볼까, 했는데 그러기에는 여러분 한 명 한 명 모두 각자의 경험과 궁금함이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중의 일부는 제가 칼럼으로 풀어내고, 또 일부는 피우다 언니가 유튜브 등으로 풀어내 보려고 해요. 어떤 이야기는 질의응답으로, 어떤 이야기는 제 경험과 섞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아주 많은 분이 다양한 답변에서 ‘이런 제가 이상한가요’라고 하셨어요. 정확히 이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걱정된다’,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안 좋을 것 같다’, ‘하기 싫다’, ‘잘 모르겠다’ 등의 표현을 쓰셨어요. 최소한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여러분이 써주신 것 중에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섹스 하고 싶지 않은 것, 자위를 자주 하고 싶은 것, 죄책감이 드는 것, 성욕이 없는 것, 누군가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자신만의 섹스 판타지가 있는 것,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 큰 마음 먹고 산 바이브레이터가 잘 안 맞는 것, 관계를 리드 하는 것이 불편한 것 등 모두 정상입니다. 괜찮습니다. 이유는 아마 각자 서로 다를 테고, 제가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명쾌한 대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이 모든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기회에 깨달은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사회가 ‘섹스’에 견고하고 특정한 모양의 틀을 만들어놓고,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스며들게 하고 있구나’ 라는 지점이었어요. 특히 이성애 섹스에 관해서요. 그래서 앞으로 글을 쓸 때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고민하여, 여러분에게 들려드릴 이야기를 고르고 또 다듬어나가려고 합니다. 여러분 덕에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게 되었어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 역시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에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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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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