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 때, 일가친척 어른들이 나에게도 ‘너는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곤 했다. 그때부터 나는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는데, 그러면 어른들은 ‘먼저 돈을 많이 벌어야겠네’라고 맞장구치곤 했다. 그 말이 정말 싫었는데, 내가 되고 싶은 건 ‘돈 많은 백수’ 그 자체였지 ‘(일정 기간 열심히 노동하여 얻은) 돈 많은 백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의 경험을 거쳐 결국 적당한 직업을 대고 그 상황을 무마하곤 했는데 그 시기에 마침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유망주인 직업 안내 책자’ 같은 것을 보게 되었다. 이 중에 어른들에게 대답할 적당한 직업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뜯어봤던 기억이 있다.

Drawing of a young girl reading a book.

그 책자에 있던 여러 직업이 딱 하나 빼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직업은 바로 ‘콘돔 테스터’다. 콘돔이 출하되기 전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직업이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당시의 내가 느꼈던 충격이란.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기 전에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절차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심지어 콘돔이라니! 정말 나와는 다른, 그야말로 별세계에서 일하는 사람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것이 불과 십몇 년 전이었다.

Drawing of a surprised thought about condom testing. Says Safe Sex... Condoms!!!!

그리고 지금, 스스로 섹스 칼럼니스트가 되겠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별세계처럼 느껴졌던 섹슈얼 헬스 산업의 한 귀퉁이에 안착하게 됐을까? 어쩌다 ‘섹슈얼 헬스’라는 단어조차 정확히 번역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섹스 칼럼니스트’가 되겠다고 나섰을까? 이것은 모두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의 나는 피우다의 서포터즈로 활동했다. 피우다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협찬받고 그에 대한 후기를 썼는데, 주로 (법적 성별) 여성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성생활용품의 후기를 썼다. 처음에는 한 번의 후기로 끝날 거로 생각했지만, 어쩌다 보니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다섯 번이 되었다. 서포터즈 활동을 지속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 글을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해서였다.

Overhead view of a drawing of hands writing a story that starts with the words about sex. Writer has a cup of coffee.

많은 여성이 성인이 되기 전부터 자위를 시작하는데, 정작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여성들이 자신의 몸 그리고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막아왔다. 성장기에 있는 많은 사람이 겪고 있고 나 역시 그 시기를 지났다. 내가 하는 행위가 자위라는 것을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 하든, 다리 사이 어딘가를 자극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든, 자극적인 무언가를 보면 아랫배 어딘가가 조여드는 느낌이 들든 아무튼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것이 자위라는 건 알았지만, 왜 하게 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얼렁뚱땅 성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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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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