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는 현재 카**가 운영하고 있는데, 그 정도의 대기업이 개인이 창작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에서부터 ‘청소년 유해 정보’라는 두루뭉술한 말까지 전부 어처구니가 없고 세상이 부조리하게 느껴졌다. 청소년에게 기초적인 성교육조차 되고 있지 않은 사회에서 무엇이 ‘유해 정보’이고 아닌지를 누가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청소년에게 기본적인 피임 도구인 콘돔 판매를 거부하는 게 일상화된 나라에서, 순결 캔디라는 게 실존했던 나라에서, 성차별적인 내용이 포함된 청소년 성교육 표준안을 가르치는 나라에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오롯이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글 한 편이 왜 ‘유해 정보’로 취급된다는 말인가? 설사 청소년이 내 글을 읽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법령상, 청소년들은 성생활용품을 살 수 없다.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그 누구도 피우다 홈페이지에 접속이 불가능하다.

A pen drawing of students looking at a teacher and the board behind her says "Sex: Don't do it!"

티***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차단 조치가 되기까지의 약 두 달간 내가 올린 약 10개의 글의 합산 조회 수는 2,000회를 넘은 상태였다. 티***가 폐쇄된 후 다시 포***으로 돌아왔지만, 또다시 누군가가 신고해 내 글 중 일부는 성인을 대상으로만 공개 처리가 되어있다. 이 글들은 성인인증을 하지 않으면 블로그 목록에 뜨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내가 처음 서포터즈로서 썼던 새티스파이어 1과 아처의 후기 글은 조회 수가 7,000을 넘어섰다.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몸의 이야기를 찾아 헤맨다.

An pen drawing of female reproductive organs surrounded by several examples of vulvas. The words "self-care is the new healthcare"  is at the top.

이 모든 일이 있고 난 뒤 고민한 것은 ‘어떻게 하면 누구에게도 차단 받지 않고 내 몸과 성, 그리고 섹슈얼 헬스와 관련된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였다. 직접 겪고 보니 사회의 벽은 더욱 공고했고 ‘성에 관한 이야기는 나쁘다’는 낙인찍기는 거침없었다. 누군가가 이런 글들을 찾아다니며 집요하게 신고를 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더더욱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피우다 언니를 찾아갔다. 내가 며칠간 했던 고민과 생각을 설명하고 나를 ‘피우다 전속 섹스 칼럼니스트’로 키워달라고 했다. 언니는 이미 내가 겪었던 일들을 전부 알고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야기를 끝내자, 마침 피우다 언니도 블로그 운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준비해 간 여러 가지 방법을 두고 둘이서 고민과 이야기를 거듭한 끝에 이렇게 피우다의 블로그가 열리게 되었고, 나는 ‘(자칭) 섹스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사회가 나를 막지 않았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피우다 언니에게 힘주어 이야기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청소년들도 접근 가능한 플랫폼에서 글을 연재하고 싶다.

둘째. 흔히 ‘섹스 칼럼’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체위 같은 섹스 테크닉에 관한 글이 아니라 몸과 성(性)에 대해 우리가 가진 태도에 관하여 얘기하고 싶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 글을 쓰게 되는 동안에는 이 두 가지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A pen drawing of 4 people sitting in a group with the words "Let's talk about sex" above them.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가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피우다 언니가 그동안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을 통해 발언을 해왔고 그 전에는 누군가가, 또 그 전에는 누군가가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여성의, 혹은 청소년의, 혹은 퀴어의 몸과 섹슈얼 헬스에 대해 발언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아흔아홉 명이 말하는 것보단 백 명이 말하는 게 사회에 더 많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여러분들을 생각한다면, 백 명이 천 명이 되는 것은 더욱 빨라질 터이니 어쩌면 2048년 즈음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유망주인 직업 안내 책자’의 한쪽에 ‘섹스 칼럼니스트’가 소개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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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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