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쓴 대로, 산부인과에서 나를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라고 명명한 이후, 1년 정도 경구피임약을 복용했다. 의사가 경구피임약을 처방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았고 약국에 가서 제일 ‘순한’ 경구피임약을 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무슨 경구피임약은 독해서 안 먹는 게 좋고, 이런 얘기가 한창 돌 때여서 그렇게 말했는데 지금 찾아보니까 성분이 다 거기서 거기이다.

period tracker

경구피임약은 매일매일 한 달 내내 먹는 게 아니고 복용 일수가 정해져 있다. 내가 먹었던 약은 흰색 알약 21개를 주고 매일 먹는 것이었다. 매일 약을 먹는 건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때도 하던 거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한다는 게 골치였다. 나는 아파서 약을 먹을 때도 약사가 ‘식후 30분’이라고 지정해준 복용법을 까먹고 늦게 먹기 일쑤였는데,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달거리를 안 해서 행복하고, 하나 불편함이 없는데 정시에 약을 먹어야 한다니.

경구피임약은 매일매일 한 달 내내 먹는 게 아니고 복용 일수가 정해져 있다. 내가 먹었던 약은 흰색 알약 21개를 주고 매일 먹는 것이었다. 매일 약을 먹는 건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때도 하던 거니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한다는 게 골치였다. 나는 아파서 약을 먹을 때도 약사가 ‘식후 30분’이라고 지정해준 복용법을 까먹고 늦게 먹기 일쑤였는데,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달거리를 안 해서 행복하고, 하나 불편함이 없는데 정시에 약을 먹어야 한다니.

처음에는 점심을 먹은 후에 복용을 했는데, 직장인이라는 게 점심시간이 보장된 직업 같으면서도 누구랑 먹는가,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상황이 다르고 진행하던 사업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밥을 먹다가도 뛰어 들어가서 수습을 해야 하는지라, 그것마저도 놓치기 일쑤였다. 그렇게 까먹고 있다가 앗차,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한 알을 먹어야 했고 그 다음날에는 다시 정해진 시간에 복용을 시작해야 계속 효과가 있다고 했다. 결국은 자기 전 밤 11시에 복용하는 것으로 바꿨는데, 그마저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 날에는 깜빡해서 알람을 맞춰두기까지 했다.

alarm alarm clock antique bell

경구피임약에도 부정출혈이라든가, 혈전 생성, 빈혈, 식욕 감퇴 혹은 증진, 어지럼증 등의 후유증이 있는데 나는 감정기복이 조금 더 심해졌고, 복용 첫 달과 약을 끊은 다음 달에 식욕이 엄청나게 치솟았다. 어느 정도였냐면 회사 동료 사무실 책상 서랍 안에 있는 과자를 먹고 싶은 충동에까지 휩싸였다. 먹는 양도 늘어서 매끼를 거르지 않고 많이 먹었다.

pile of doughnuts

이렇게 일 년여를 먹다 보니 문득, 왜 이 약을 경구‘피임약’이라고 부르는지 좀 궁금해졌다. ‘피임’을 최우선 목적으로 해서 경구피임약을 먹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처럼 치료 목적으로 먹거나 월경곤란을 개선하기 위해, 시험 기간과 달거리가 겹치는 걸 막기 위해서, 혹은 여름휴가를 보다 만끽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사유를 가지고 약을 복용하는데 어째서 ‘피임약’이라고 명칭을 정해버려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오해를 하게 만드는 걸까? 게다가 ‘경구피임약’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먹는 게 당연해진 것도 참 별로다. 이름 그대로 ‘피임’이 이 약의 주된 목적이라면 남성들에게도 같은 약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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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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