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위생용품 개인사(史)’ 글을 ‘나의 다음 목표는 플라스틱 생성을 줄이기 위해, 지금 있는 탐폰을 다 쓰면 어플리케이터 없는 탐폰으로 갈아타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어플리케이터 없는 탐폰을 구입해 두 번의 달거리 동안 사용했다. 아직 작은 사이즈의 탐폰은 어플리케이터가 있는 게 남아 있어서 그건 두고, 중간 것과 큰 것을 샀다. 어디 제품을 사야 좋을지 알 수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유명한 브랜드 걸 사자, 싶어 나트라케어 탐폰을 직구하기로 했다.

바다 건너 출발한 택배가 집 앞에 도착한 날,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퇴근했다. 택배 상자가 열리고 탐폰을 집어 들었는데, 어라. 분명히 레귤러와 슈퍼 사이즈를 샀는데 탐폰 상자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내가 뭘 잘못 샀나, 싶다가도 상자에는 분명하게 ‘natracare cotton tampons super(regular)’라고 쓰여 있었다. 아니, 담뱃갑보다 좀 더 큰 이 상자에 탐폰 스무 개가 들어있다굽쇼? 심지어 혼자 살아서 이 상황을 같이 토론해줄 동생도, 친구도, 파트너도 없다. 그래, 안에 폭탄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닌데 뜯어보자. 긴장된 마음으로 상자를 열자, 아니 글쎄, 사용설명서 밑에 총알 스무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너무 작잖아! 내 손가락 하나 길이도 안 됐다. 그야, 탐폰이 작아서 불편하거나 싫을 이유는 없다. 일단 넣을 때 좀 덜 밀어 넣어도 될 테니까…! 하지만… 너무 작은 걸! 평소에 쓰던 소피나 해피문데이 탐폰에 비해 반절도 안 되는 길이었다. 어플리케이터가 없어서 그런 걸까? 하지만 어플리케이터가 흡수체 길이보다 더 길진 않은데. 심지어 사용설명서에 한국어는 하나도 없어서(글자도 말도 안 되게 작았다) 이것이 정상적인 크기인지 확인할 방도도 없었다.

왼쪽부터 소피 라이트, 해피문데이 라이트, 나트라케어 어플리케이터 없는 오가닉 탐폰 레귤러, 슈퍼다. 하도 당황스러워서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검색하면 먼저 써본 사람들의 후기가 나왔을 텐데 그때는 총알의 습격(?)이 당황스러워서 찾아볼 생각도 못 했다. 그래도 일단 샀으니 어떡하나, 써봐야지. 심지어 칼럼을 빌려서 선언까지 했는걸.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라 언제쯤 달거리를 할는지 달력을 쳐다보기 무섭게,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첫날, 둘째 날은 양이 많으니 슈퍼를 써보자 싶어 파란 띠를 두른 총알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파란 띠를 뜯어내면 포장 비닐이 벗겨지고, 탐폰 뒤쪽 부분이 실이 뭉쳐 있다. 그 실을 풀어서 쭉 빼면 삽입할 준비 끝. 어플리케이터가 없으니 삽입 전에 손을 깨끗하게 싹싹 씻어야 한다. 문제는, 이제 이걸 어떻게 삽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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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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