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의 문제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근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는데 화장실에 다리 한 짝을 변기 위에 올려놓은 채 계속해서 생각하는 사람 21세기 편을 찍고 있을 순 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크게 내쉬고 몸에 긴장을 푼 뒤 엄지와 검지로 탐폰의 끄트머리를 입구에 맞췄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집어넣은 뒤 탐폰 뒷부분을 검지로 힘껏 밀었다. 그런데 탐폰 신이시여, 얘는 왜 이렇게 뻑뻑하게 들어가나요?

당연했던 게, 달거리 중에 탐폰을 넣으면 안은 정혈 때문에 어느 정도 축축한 상태이다. 그래서 어플리케이터가 있는 탐폰은 정혈이 일종의 윤활제 역할을 해서 삽입할 때 무리가 없이 쑥 들어가는데, 어플리케이터가 없는 탐폰은 삽입하면서부터 탐폰이 정혈을 흡수해버려서 윤활제고 뭐고 없이 뻑뻑한 것이었다. 그래서 첫 삽입 시 탐폰이 이렇게 작은데도 충분히 밀어 넣지를 못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나마 탐폰이 작아 좀 움직였더니 밑이 아픈 게 줄어들면서 자기 혼자 자리를 잡은 것 같다는 점? 이건 내가 운이 좋았던 것 같고, 탐폰을 충분히 넣지 않으면 엄청나게 아프거나 아프지 않아도 계속 거슬리니 꼭 용기를 내서 쭉쭉 넣어야 한다.

4시간 정도 지나 탐폰을 교체할 시기가 왔다. 혹시 몰라 작은 크기지만 어플리케이터 있는 것과 어플리케이터 없는 슈퍼 사이즈 두 개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변기에 앉아 긴장을 풀고, 탐폰 끝에 달린 실을 찾아서 빼기 시작했다. 이때 실이 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날 수도 있는데 절대 실이 끊어진 게 아니고 덜 풀린 게 마저 풀리는 것이니 나트라케어와 나를 믿고 열심히 탐폰을 뽑아야 한다. 그렇게 탐폰을 뽑고 나니, 세상에, 피를 얼마나 흡수했는지 손가락 두 개 정도 굵기로 통통해지고 길이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길어져 있었다. 면이 압축된 상태였다가 피를 빨아들이며 커지는 원리인 모양이었다.

막상 이렇게 한 번 교체 하고 나니 어플리케이터 없는 탐폰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이제 더 이상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어플리케이터를 버릴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크기도 작아 주머니에 한두 알 쏙 집어넣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파우치를 들고 다닌다고 누가 뭐라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내 회사 이야기고 신경 쓰일 사람이 반드시 있을 테니까. 탐폰의 큰 단점은 양을 내가 확인할 수 없어서 자칫하면 샐 수도 있다는 건데, 그건 어플리케이터 있는 탐폰을 쓸 때도 그랬다. 2~4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거나 그게 어려운 경우는 팬티라이너를 한 장 대고 있으면 어느 정도는 안심이다. 여전히 삽입 시 밀어 넣는 게 어렵지만 몇 번 하고 나니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저에게 남은 도전은 뭔가요? 생리컵인가요? 곧 여러분께 찾아옵니다.

추신 – 어플리케이터 없는 탐폰을 ‘디지털 탐폰’이라고도 부릅니다. 나트라케어 한국 공식몰은 현재 리뉴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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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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