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컵을 썼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새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문자라 포궁 길이를 재지 않고 미니 사이즈를 선택해서 혹시 작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으면 샐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랫동안 탐폰을 써본 결과 탐폰의 단점 중 하나는 새는 거다. 탐폰을 더 쉽게 뺄 수 있게 실이 매달려 있는데 중력과 앉아서 업무를 하는 직업 특성상 탐폰에 흡수된 피가 새서 실에 묻었다. 일하다 보면 적당한 시기에 화장실에 갈 수 없기도 해서 탐폰을 쓸 때는 대부분 팬티라이너를 같이 사용했다. 그런데 이브컵은 종을 뒤집은 모양으로 생겨 그 안으로 피가 고이는 형태라 샐 걱정이 없었다. 그게 너무 놀라웠다. 처음에는 신뢰가 안 가서 수시로 속옷을 확인했는데 착용하는 내내 단 한 번도 샌 적이 없었다.

쓰레기도 안 나왔다!!! 탐폰이나 패드를 부착하지 않으니까 버릴 것도 없고, 새지 않으니 라이너도 안 썼다. 달거리할 때마다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그런 부담감에서 해방되니 몸뿐 아니라 마음도 편했다. 사용설명서를 보니까 이브컵은 2년 정도 쓸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매달은 아니어도 꾸준히 달거리를 하는 편이니 이 컵을 사용하는 2년간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비용 면에서도 마찬가지! 탐폰이건 패드건 소모품이라 그때마다 사야 한다. 심지어 최근에 직구로 탐폰을 한꺼번에 사들였는데, 오배송으로 n만원 어치의 탐폰을 잃어버릴 뻔했다. 그에 비해 월경컵은 한 번 사면 2년간 추가적인 소비가 줄어드니 경제적인 면에서도 부담이 적다. 일 년에 2~4회 정도만 달거리를 하다가 10번 정도 하게 됐을 때의 지갑 사정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큰 장점이다.

이물감도 없다. 탐폰은 깊게 넣지 않으면 이물감이 든다. 게다가 움직일수록 내려오기 때문에 다시 끝까지 집어넣거나 새것으로 갈아 끼우기 전까지는 그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브컵은 재질 때문인지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불편하지 않다. 사람들이 수영할 때 왜 월경컵을 끼라고 하는지 너무 알 것 같다! 특히 달리기 같이 스포츠 하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러면 단점도 있겠죠? 끼고 빼기 너무 힘들다. 왜 그렇게 많은 블로거와 유튜버들이 월경컵 끼는 법과 빼는 법에 대한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는지 알겠다. 나는 끼고 뺄 때마다 절대로 회사에서는 못 쓰겠다고 거듭 생각했다.

먼저 낄 때, 집어넣기가 너무 힘들다. 접은 모양 그대로 넣을 때까지 유지하는 것부터 난항이다. 처음 넣을 때 가장자리가 두껍다 보니 반으로 접은 후 중간 부분을 잡고 넣었다. 그렇게 넣고 나면 완전히 밀어 넣기 위해서 손가락을 빼거나, 그 상태로 손가락 앞 마디 부분까지 집어넣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손가락을 빼면 접힌 게 풀리고, 손가락까지 집어넣으려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질 입구의 위치도 은근히 영향을 미친다. 나는 선 자세로 변기에 한쪽 다리를 올려서 삽입하는 건 매번 실패했고, 오로지 변기에 힘을 풀고 늘어져 앉은 자세로만 성공했다.

뺄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빼려고 할 때 이브컵이 안으로 너무 많이 들어가서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매번 몸 밖에 나와 있는 실로만 탐폰을 뽑던 사람이! 입구를 헤치고 들어가서 컵의 꼬리를 찾아야 한다니! 찾은 후에 꼬리 쪽의 몸통을 살짝 눌러 공기를 삽입해 진공 상태를 해제한 후 천천히 꺼내야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월경혈이 물 같은 액체가 아니라 끈끈하고 찌꺼기도 좀 섞여 있는 막에 가까운 형태라는 것이다. 처음에 몸에서 어찌저찌 월경컵을 뺐는데 피인지 점막인지 모를 것이 월경컵과 몸 사이에서 녹아내린 피자치즈처럼 쭉 늘어나며 이어졌다. 세상에 맙소사!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일단 휴지로 중간을 끊어서(?) 뒤처리해야 했다. 두 번에 한 번은 이런 일이 일어나면서 뒤처리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브컵 사용설명서에 손톱을 깎으라고 한 이유도 알겠다. 아프다. 아파! 깎지 않으면 손톱이 여린 살을 어떻게든 한 번 이상 찝는다. 네일 아트나 미용을 위해 길게 기른 게 아니고, 살다 보니 어쩌다 길어져 버린 손톱도 마찬가지다. 와,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깜짝 놀랐다. 특히 컵을 빼기 위해 입구 부분을 헤칠 때의 고통이란! 또 손톱을 깎지 않으면 손톱 밑에 정혈 찌꺼기가 낀답니다. 그래서 네일 아트를 한 시기에는 핀돔을 끼고 컵을 넣거나 빼곤 했다.

마지막으로 월경컵이 하나라서 좀 불편했다. 집에서야 씻어서 다시 넣을 수 있다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이브에서는 월경컵 세척 전용 물통을 준비하라고 추천한다. 그 안에 물을 담고 반절은 사용한 월경컵을 씻어내고, 씻어낸 월경컵을 물이 반만 넘은 물통에 넣어 흔들어서 마저 씻으라는 방법을 제안했다. 문제는 나는 회사에서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할 정도로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월경컵을 빼고, 뒤처리하고, 월경컵을 세척하고 다시 넣은 후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손을 씻고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사용하다가 넣을 때 어려운 건 젤을 바르는 걸로 해결했다. 가장자리 부분에 젤을 살짝 발라서 넣으면 미끄러워서 훨씬 잘 들어간다. 그러면 몸통 부분을 꽉 줘서 잡지 않고 좀 더 꼬리 쪽에 가깝게 잡아도 수월하게 들어간다. 이제 뺄 때 걸리는 시간을 조금만 더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회사에서도 마음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나 팁을 알고 계신 분들 마음을 나눠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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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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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A

2017년부터 생리컵만 사용하고 있는 1인입니다. 첫 사용이신데도 전혀 새지 않았다니 맞는 컵을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저는 처음 6개월 정도는 새지 않게 딱 펴지는 감각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해서 어느땐 새고 어느땐 괜찮고 해서 거의 포기할 뻔 하기도 했거든요.

저도 회사에서 생리컵을 비우기 위해 빈 물병이나 이런저런 방법들을 다양하게 시도해보았는데요 결국 정착한 건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어지간한 규모의 오피스 건물이라면 특히 최근 10년 이내에 지어진 건물이라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독립적인 화장실이 있어서 그 안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까지 갖추어져 있죠. 거기서라면 별 불편없이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저는 근 5년간 근무했던 세 군데의 회사 건물에 모두 쉽게 사용 가능한 장애인 화장실이 있었고 제 사무실에서도 가까워서 행복한 생리컵 라이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정한새

안녕하세요, 회사원A님! 정한새입니다.
먼저, 댓글 확인이 늦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무척 감사해요!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 했네요! 아마 제가 다니는 회사 건물이 지어진 지 10년이 훨씬 넘은(그래서 아직도 장마철에는 비가 새는) 건물이라 그랬나봐요. 저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다른 분에게는 무척 도움이 될 팁 같습니다! 댓글을 보니 성중립 화장실이 더 늘어나야 된다는 생각도 덩달아 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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