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고를 읽어주는 친구가, 지난 위생용품 개인사(史)를 읽고 ‘왜 월경컵 이야기는 없어?’ 라고 물어보았다. 그야, 개인사(史)니까요. 저는 월경컵을 써본 적이 없는 것을! 탐폰이 아주 편리하기 때문에 특별히 월경컵을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내가 월경컵의 존재를 알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월경컵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직구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직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해외에서 내 물건이 ‘온전히’ 도착할 것이라는 신뢰도 빈약했다. 어느 나라에서 무엇이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방식으로 저 먼 나라에서 바다를 건너 내 집 앞에 도착한단 말인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국내에서 물건 사서 택배로 받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택배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익숙해진지도 몇 년 되지 않았다. 직접 보고 사지 못하는 많은 물건을 믿지 못 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영부영 갖고 있던 패드와 탐폰을 쓰며 지금까지 왔다.

월경컵의 실물을 처음 본 것은 동생과 함께 살았던 때였다. 동생은 그때 이미 직구로 월경컵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패드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을 테지만, 나보다 훨씬 ‘에코 프렌들리’한 사람이라 쓰레기를 덜 나오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그때 동생이 달거리 중이라 월경컵 세척하는 걸 볼 기회가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월경컵은 내 생각보다 작고 두꺼웠다. 그래서인지 아, 이 정도면 삽입하기에 무난하겠는걸? 하는 생각과 이걸 어떻게 접어서 넣냐,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동생은 친절하게 내 눈앞에서 월경컵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어서 보여주었고 그렇게 접고 나니 탐폰하고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컵 끝에 꼬리가 있는 것도 좋아 보였다. 탐폰은 뺄 때 쓰라고 실이 달려 있는데 볼일을 보고 휴지로 닦을 때 이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잡아 뺄 때 당연히 축축해져 있는데 이게 무엇 때문에 축축한가를 생각하면 절로 눈이 감기는 것이다. 하지만 미끄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적당히 요철이 나 있는 꼬리는 실보다는 훨씬 믿음직스러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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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로 뒤따라오는 걱정. 안에서 잘 펴지겠지? 동생은 월경컵을 전자레인지에 열탕 소독하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잘 안 펴지면 좀 새. 그리고 안에서 갑자기 펴지면 좀 아플 때도 있어.’ 세상에. 이게 잘 펴졌는지 안 펴졌는지는 어떻게 알며, 갑자기 고무가 포궁 내벽을 때릴 때의 기습 공격을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어떻게 같은 배에서 태어났는데 언니는 이렇게 겁쟁이이고 동생은 담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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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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