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직장 동료들하고 점심시간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월경컵 이야기가 나왔다.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월경컵을 써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는 거였다.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못 쓰겠지?”

“못 쓰겠죠.”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못 쓸까요?”

반사적으로 못 쓸 거라고 대답한 게 웃겨서 그렇게 되물었다.

“넣는 것도 넣는 건데 뺄 때 잘 못 빼면 어떻게 해, 난리 난다.”

탐폰은 그래도 어플리케이터가 있는 제품이 있어서 삽입에 도움도 받을 수 있고, 뺄 때도 솜 재질이라 당기면 본체가 딸려 나올 거라는 확신이 든다. 하지만 실리콘 재질인 월경컵도 그렇게 나와줄 것인가? 몸체를 살짝 접어서 뺀다고 하는데, 그렇게 접으면 컵 안에 고인 피가 다시 밖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혹시 화장실에 갇혀 이십여 분을 끙끙대다 결국 빼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 혹시 누군가 월경컵 쓰다가 그런 상황이 오면 꼭 서로에게 알려주자.”

“알려주면 어떻게 해요, 화장실 찾아가?”

“몰라, 일단 동지를 찾는 거야.”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그리고 바꿔 낄 때 좀 곤란할 것 같아. 세면대에서 헹구고 있는데 누가 들어오면 오해하지 않을까?”

그것도 그렇다. 화장실이라는 게 모두에게 은밀한 공간이라 여겨지는 편이라 서로가 무슨 일을 하건 최대한 못 본 척, 안 본 척하려는 공간이기는 하다. 그래도 내가 세면대에서 붉은 물을 흘리며 낯선 물건을 씻고 있다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신경 쓰이겠지? 신경 쓰이기만 하면 괜찮은데 누가 물어보면 어쩌나. 대답하는 나는 그렇다 쳐도 질문한 사람은 의도치 않게 남의 아랫도리 사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아닌가.

“갈 때도 손에 피 묻잖아. 근데 회사 화장실에는 칸마다 손 씻게 되어 있진 않으니까 좀 찝찝할 것 같아.”

“맞아요. 저도 탐폰 갈 때 손에 다 묻어서 물티슈를 챙겨간다니까요?”

“아, 그래? 그럼 된 거 아냐?”

다시 한번 웃음이 지나갔다. 아무튼 이만큼 나이를 먹어도 낯선 문물에 대한 두려움은 다들 있긴 한가 보다. 결국 그날은 옹기종기 둘러앉아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월경컵 초보자들을 위한 영상을 돌려보았다. 닷페이스나 루나컵에서 올린 영상들을 보니 우리가 걱정했던 것들에 대한 훌륭한 대답들이 벌써 올라와 있었다. 우리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집중해서 영상을 보았다. 세 개 쯤 보았을 때, 동료 중 한 분이 말했다.

“딸이 초경할 때 소개해줄 수 있겠다.”

“선배님 딸 지금 초등학교 입학도 안 했잖아요.”

“나도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잖아.”

“그러지 말고,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젊지? 한새 아니야?”

“저요? 갑자기?”

“한 번 해보고 알려줘. 좋으면 같이 하자.”

선배님,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제 다음 목표는 어플리케이터 없는 탐폰이라고요. 아무튼 얼떨결에 회사의 ‘젊은이’가 되어 월경컵 선봉장이 되었다. 다음에 피우다 가면 한 개 사 와 볼게요. 혹시 추천해줄 만하신 컵들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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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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