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예전에 라일라 님께서 우리 정도의 관심도와 지식, 그리고 정보면 동년배 사이에서 성생활 분야는 아주 많이 앞서나가고 있는 거다, 이런 표현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스스로 성적으로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라 :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피우다에서 주최하는 섹스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럼 우리 모두 초면일 거 아니에요? 그런 자리에서도 저는 제 성생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성생활이라는 게 내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부끄럽거나 이야기하기 싫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성생활에 관심이 많았고 정보를 찾아본 적도 있어요. 그 덕에 지금 제 몸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새 : 퀴어 당사자로서 성생활, 특히 성관계에 대해서 타인과 이야기 나누기 어려울 때가 많잖아요. 만약 다른 퀴어들과 안전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뭘 물어보고 싶어요?

라 : ‘섹스’란 무엇인가!!! 예전에 SNS에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혹은 캐릭터가 섹스하면 탈출할 수 있는 방에 갇힌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는 주제로 한참 뜨거웠는데 제가 궁금했던 게 바로 그거였어요! 그 방문은 뭘 기준으로 열릴까요?!!?! 이성애자가 가지고 있는 성관계의 기준은 정형화되어 있잖아요. 대부분 삽입 섹스가 기준이고 남성이 사정하면 섹스가 끝난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퀴어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섹스라는 걸 알고 행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섹스를 뭐라고 생각할지 무척 궁금해요. 아, 지금부터 섹스야! 라고 하는 지점이 언제고 끝났다, 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뭘까? 삽입이 없으면 섹스가 아닐까? 왜 누군가에게는(심지어 어떤 레즈비언들까지도) 삽입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이런 것들을 물어보고 싶어요.

새 : 그렇다면 라일라 님에게 섹스란 뭔가요?

라 : 저는 다자관계를 선호하지 않아서, 기본적으로는 1:1의 관계에서 서로가 즐겁게 성적 만족감을 얻고 오르가즘을 느끼면 그게 섹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새 : 한쪽만 만족하고 다른 한쪽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건 섹스인가요?

라 : 아… (한숨) 섹스긴 하지만 한쪽은 만족스럽고 한쪽은 만족스럽지 못한 섹스가 되겠죠. 망한 섹스도 섹스긴 하잖아요!

새 : 그렇다면 역으로 제가 다른 사람에게 궁금한 걸 라일라 님에게 먼저 물어볼게요. 두 사람 간의 성욕 차이가 클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한테 이런 상담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두 분이 극단적일 정도로 성욕의 크기가 다르고, 그 부분만 빼면 다 좋대요.

라 : 아, 저는 그건 섹스가 얼마나 중요하냐의 차이 같은데. 성욕을 채우느냐 아니냐의 문제잖아요, 결국. 어느 쪽이 자기한테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의 문제 같아요. 예를 들어, 만약에 저는 제 파트너와 섹스를 다시는 못 하게 된다고 해도 연애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안 그런 사람도 있잖아요. 연애에 있어서 섹스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실제로 그런 사람. 그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새 : 마지막으로 요새 성생활에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라 : 레즈비언 섹스를 할 때 꼭 핀돔이 필요한지 정말 궁금해요! 임신이나 성병 전이의 위험이 적고, 그렇다면 핀돔을 사용하는 건 위생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럼 손이 깨끗하면 안 써도 되는 걸까요? 페니스는 아무리 깨끗해도 한계가 있고, 다른 위험도가 압도적으로 높으니까 콘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핀돈과 콘돔을 똑같다고 볼 수 있을까요? 특히 손가락을 사용해서 삽입하지 않을 때도 매번 써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핀돔이 엄청나게 싼 것도 아니고, 한 번 쓸 때 여러 개를 쓰게 되니까 좀 비효율적인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새 : 제가 다음에 피우다 언니 만나면 여쭤볼게요.

라 : 좋습니다.

새 : 긴 시간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일라 님. 건강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만끽하시길 바라요.

라 : 저도 즐거웠습니다. 여성 자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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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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