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첫 자위가 언제인지 모른다. 왜 모른다고 표현하냐면, 분명히 초등학생 때부터 이게 자위인지도 모르고 본능적으로 몸을 자극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아기에도 자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자신도 인지하지 못 한 채 첫 자위를 떠나보냈을 것이다.

어떤 ‘행위’를 한다는 자각이 있었던 건 초등학생 때였다. 그때는 그게 자위라는 것도, 내가 뭘 하는지도 몰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에 흔히 말하는 ‘성인물’이 큰 제재 없이 마구잡이로 떠돌아다녔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5분 안에 야한 그림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내가 왜 그런 것에 끌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런 그림들을 보는 게 자극적이었고, 남들 몰래 그런 그림들을 찾아다녔다. 내가 초등학생 때라면 성교육의 ㅅ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시기인데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리 사이 어딘가를 자극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중학교에 들어간 후의 일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정확히 어디를 자극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의자에 앉아서 몸을 좌우로 흔들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리긴 해도 어쨌든 기분이 좋아지고 속옷이 젖는다는 것까지만 알았다. 문장을 이렇게 쓰긴 했지만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

그때는 슬슬 성인물에 대한 단속이 본격화되고 있어서 초등학생 때만큼 인터넷에서 자위 도우미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물론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달달 외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성인사이트에 접속하는 게 어렵진 않았지만 어쨌든 집에서 그런 걸 보다가 부모님께 걸리면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Hands typing on keyboard with a login overlay.

그래서 그때부터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라는 책을 봤다. 아마도 친척 중 누군가가 선물로 준 것 같은 오래된 전집에 그 책이 있었다. 어쩌다 그 책을 보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고 있으면 들켜도 별말이 없을 것 같고 심지어 또 전집이라잖아. 덕분에 한동안 채털리 부인의 사랑은 나의 훌륭한 조력 책이었고 여전히 내용은 모른다.

몇 년 전, 부모님이 이사하면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포함해 전집 한 질을 버렸다고 말씀하셨다. 독립하게 된 이후로 그 책을 다시 본 적은 없지만 서재 어느 구석에 꽂혀 있다가 버려졌을 나의 옛 동반자를 생각하니 어쩐지 복잡미묘한 감정이 스쳐 갔다. 지금 내 서랍장 한 칸을 가득 채운 반려 가전들을 버리게 될 때는 기분이 어떨까. 미래의 나는 또 어떤 것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을까.


제목은 가수 NCT DREAM의 노래 ‘마지막 첫사랑’의 패러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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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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