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 중에 주기적으로 왁싱을 하는 분이 있다면, 손을 꼭 붙들고 진한 전우애를 나누고 싶다. 생 털을 뽑힐 때의 고통을 알면서도 침대에 누워 왁서 선생님께 모든 걸 맡겨야 하는 그 시간. 왁싱이 궁금하지만 아플 것 같아 미루고 있다는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늘 격려한다. 잘하고 계십니다, 선생님. 왜냐하면 아프긴 정말 아프거든요.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진 않다. 털도 사람마다 굵기나 강도 같은 것이 다 달라서 얼마나 아프다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왁싱을 받아도 최근에 무엇을 먹었느냐, 달거리 직전이나 직후냐, 전날에 잠을 잘 잤느냐에 따라서도 또 다르다. 오래 왁싱을 하면 털에 힘이 약해져서 덜 아플 수도 있고, 그날 피부가 유난히 건조하면 털은 잘 뽑혀도 내가 느끼는 통증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몸이란 건 정말 다양하고 또 다르다.

왁싱을 하러 매장에 가면 방으로 안내를 받는다. 커플 왁싱 같이 예외가 있지 않은 이상, 모든 왁싱은 혼자 받는다. 내가 다니는 왁싱 샵은 여성 전용이고, 왁싱을 받는 동안 방문도 잠가놓는다. 방에 들어가면 침대와 왁싱 도구가 놓인 삼단 서랍, 소파와 옷걸이가 있다.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는데 여기서 왁싱하기 전 뒷물을 한다. 그리고 왁싱할 때 입는 치마나 가운으로 환복 후 벨을 누르면 담당 왁서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그때부터 왁싱이 시작된다.

음모를 뽑는 경우 모양을 잡을 거냐 전부 뽑을 거냐로 나뉘는데 나는 보통 전부 뽑는다. 누워서 발바닥을 서로 붙여 다리를 마름모꼴로 만든다. 그러면 왁서 선생님이 털의 방향에 따라 왁스를 바르고 굳으면 떼어낸다. 하드 왁스로 전체적인 털을 한 번 쫙 뽑고, 소프트 왁스로 잔털을 뽑는다. 그리고 남은 털은 족집게로 일일이 뽑아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게 제일 아프다. 모의 상태나 부위, 면적에 따라 짧으면 10분에서 길면 1시간 정도까지 털을 뽑게 된다. 털을 다 뽑으면 알로에를 발라 피부를 진정시킨다. 샵에 따라서 진정팩을 제공하거나, 구매하는 선택지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 뽑으면 끝인가. 그렇지 않다.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뽑은 첫 날은 피부가 예민하니까 자꾸 만지면 안 되고, 음모를 뽑았을 경우에는 면팬티를 입는 게 좋다는 얘기도 들었다. 새로운 털이 모공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각질을 제거하고, 털을 뽑고 각질을 제거하느라 자극 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보습을 해야 한다. 이렇게 몇 주가 지나면 다시 털을 뽑을 시간이 찾아온다.

왁싱을 주기적으로 꾸준히 하는 사람도 있고, 개인적인 사건이 있어서 필요한 때만 하는 일도 있다. 이를테면 나는 한동안 여름휴가 시즌에 다리털을 한 번씩 뽑았는데 이제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그냥 기르고 살고 있다. 그리고 2년 전쯤에는 인중 털을 왁싱으로 뽑다가 너무 아파서 레이저로 지져버렸는데 이 글을 쓰다가 거울 가서 확인해보니 반절 정도가 다시 나 있다. 눈썹은 보통 3, 4주에 한 번씩 해주는 게 좋다고 한다. 나는 음모 왁싱을 6주에 한 번 정도 하고 있어서 눈썹도 그냥 그 주기에 맞춰서 뽑는다. 한 3주 정도는 부숭부숭하고 들쑥날쑥한 눈썹으로 있어야 하지만 뭐 어떤가, 어떻게 생겨도 내 눈썹인걸.

왁싱이라는 단어가 다소 포괄적이긴 하다. 눈썹 털을 뽑는 것도, 겨드랑이털을 뽑는 것도, 다리털을 뽑는 것도, 음모를 뽑는 것도 전부 왁싱이다. 내 경험에 따르자면 과정은 거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눈썹 털을 뽑을 때는 어떤 모양으로 뽑을지 먼저 그림을 그린 후 뽑고, 음모는 첫 왁싱일 경우 가위로 털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는 과정이 추가된다. 인중 털 뽑을 때가 제일 아프다. 매번 울었다.

나는 지난주에 말했듯이 필요로 왁싱을 하는 거라 왁싱을 추천하거나 반대하거나 하진 않는다.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안 하는 것이 낫다는 주의이다. 그런데도 만약 호기심에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면 반드시 시술 전, 시술할 곳에서 상담받기를 권한다. 샵의 위생 상태도 꼼꼼히 확인해보는 게 좋다. 매장에 따라 샤워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다고 하니 사전 문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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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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