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안다. 이때의 ‘안다’는 어떤 의미에 가깝냐면 그런 게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외에는 사실상 다 모른다는 의미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서부터 주변에서 여성들이 성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가 들은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성 애인 혹은 파트너와 성관계를 한 뒤 걸렸다는 거였고, 추궁해보면 본인 전에 만났던 파트너에게서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되거나, 상대방이 자신과의 합의 없이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거나(!), 상대방이 연락을 끊었다는 경우도 있었다. 성관계를 통해 옮기는 병은 대부분 성병이라고 하니,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게 성병에 걸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진실의 우스갯소리도 돌아다녔다.

그런 이야기들을 어느 순간부터 알음알음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성병의 위험도가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성병에 대해 배운 게 없었다. 예를 들어 ‘암’이라는 병만 생각해봐도 무슨 종류의 암들이 있는지, 증상은 대충 무엇이고 얼마나 아픈지, 병원비로는 어느 정도 나가는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가 공유된다. 하지만 ‘성병’의 경우에는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부터가 난관이다.

쓰고 나니 ‘성병’이라는 이름부터가 너무나도 모호하다. 성관계만으로 발생하는 질병인지, 아니면 자위로도 일어날 수 있는 건지, 성기에 상처가 나면 그것도 성병이라고 하나요? 쓰고 나니 청소년기에 공교육에서 노동법과 더불어 가르쳐야 할 당연한 것들 같은데 어쩐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가 작년에 여성 건강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성병이란 것이 정말 있는 병이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성병에 대해 알고 배운 게 하나도 없어서 그런가, 책 한 권을 읽은 것만으론 여전히 성병에 걸렸을 때 느낄 고통이나 후유증이 와닿지는 않았지만 일단 성병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성생활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우리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듯이, 성병 검사도 받아야 한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사회에서 모두에게 ‘결혼적령기’가 되기 전에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 섹스 칼럼을 14번째 쓰고 있는데, 매번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성교육이 얼마나 한계가 많은지를 깨닫는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 좋아, 성병 검사를 받으러 가야겠다 결정을 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검사는 받지 못했다. (지역 보건소가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일상 업무를 못 했다) 다만, 종합 건강 검진을 받을 때 성매개감염병 중 매독과 에이즈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두 가지 다 매번 음성으로 나오고, 검진하는 의사 선생님도 매번 특별한 말씀이 없으셔서 별 일 없으려니 하고 살 뿐이다.

제일 좋은 건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는 거라고 하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꼭! 종합 건강 검진의 하나로 생각하고 가시기를 권한다. 아, 파트너랑도 같이 가세요. 파트너가 바뀌면 바뀐 파트너와도 같이 가십시오! 성병 검사 같이 하자고 했는데, 나를 의심하냐느니, 너에게 정떨어졌다느니 하는 소리를 한다면 그 사람하고는 더는 사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도 덧붙입니다.

Author

퀴어, 페미니스트, 계약직 노동자, 팟캐스터 / 팟캐스트 '페어북 ; 페미니스트 퀴어 북클럽' 진행 중

5 1 vote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
en_USEnglish